(미디어생활 0126)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를 찾아서_장애인의 든든한 ‘자립 파트너’…‘주거’부터 ‘관계’까지 통합 지원
2026.01.27
한 사람이 자립하기 위해서 먼저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나만의 집’을 갖는 것이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은 현재 장애인 복지와 권리에 있어 주요한 흐름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서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는 ‘내집마련’에서 시작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 주도적 ‘삶 설계(Life Design)’를 지원하며 선도적 지역사회 자립지원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시설이나 집에서만 머무르던 장애인이 독립해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 준비 단계부터 지역사회 정착까지 자립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새해를 맞아 인천의 장애인 자립지원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센터 사무실을 찾았다.
▲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 정재원 센터장(가운데)과 직원들
기자가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센터)를 찾은 날, 마침 경사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센터를 통해 자립한 한 장애인 당사자의 출산 소식이었다. 그는 센터의 지원으로 자립 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이처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한 명의 평범한 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동행하는 곳이 바로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다. 센터는 현재 거주시설‧학대피해쉼터에 머무는 장애인나 위기 상황에 처한 재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당사자의 자립생활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당사자의 독립과 자주권을 최우선으로 삼아 주거 지원부터 일상생활 지원, 대인관계 형성, 사회참여까지 함께하며 ‘자립 지원 파트너’ 역할을 한다.
센터는 ‘인천시 시설 거주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통합지원 5개년 계획(2019~2023)’과 ‘인천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에 따라 2021년 설립됐다. 이후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수행하며 지금까지 총 60명의 장애인을 자립으로 이끌었다. 현재는 2차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5개년 계획(2024~2028)에 따라 장애인과 지역사회 공생을 지원하는 융복합 관계망 구축을 이어가고 있다.
입주부터 정착까지 함께하는 자립생활 지원
센터의 비전은 크게 세 가지다. △장애 맞춤형 삶 설계 지원 △광역형 서비스 전달 체계 구축 지원 △참여와 동참하는 지역사회 조성이다. 먼저, 센터는 주거를 기반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당사자 개개인의 욕구와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자립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입주부터 정착까지 자립생활 전 과정을 함께한다.
자립의 첫걸음은 시설에서 ‘나만의 집’으로 살던 곳이 바뀌는 것, 주거 형태의 전환이다. 즉, 개인이 자율성과 주체성이 보장되는 독립된 주거 공간이 보장돼야 한다. 센터에서는 장애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주택’을 제공한다.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지역본부(LH), 인천도시공사(iH)의 협력으로 확보한 공공임대주택을 지원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독립생활을 망설이는 장애인들을 위해 자립을 미리 체험하며 기초생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단기자립생활주택’도 운영하고 있다.
주거전환 지원은 대상자 발굴-조사‧계획 수립-심의 및 선정-입주 환경 조성-입주 지원-사후관리 단계로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먼저 사회복지시설, 관계기관, 지자체와 연계해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을 모집‧발굴한다. 신청자에 대해서는 대면 방문 조사를 실시하는데, 의사소통이 어려운 대상자의 경우 AAC(보완대체 의사소통), 그림, 영상 등을 활용해 욕구를 정확히 파악한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 자립지원 회의를 열어 주거, 건강, 가사, 사회활동 등의 내용이 담긴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장애인 복지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자립지원위원회가 신청자 조사 결과와 개별 지원 계획의 적정성 등을 심의해 대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최종 선정 후에는 개인별 담당 사회복지사가 배정되고, 당사자와 담당자가 함께 본격적으로 개인별 삶을 ‘디자인’하게 된다. 수립된 계획은 당사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수정·보완을 거듭한다. 계획이 당사자와 완전히 맞지 않으면 다시 지원 회의를 열어 계획서를 새로 작성하고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이같이 당사자 중심의 유연한 접근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지원 방법을 찾아간다.
입주 전에는 직원들이 직접 지원주택을 찾아 주변 인프라를 점검하고 편의·안전시설(안전바, 경사로 등) 설치 등 당사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준비한다. 이어 주택 임대차 계약, 전입신고 등 입주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입주 후 본격적인 독립생활이 시작되면 주기적 모니터링을 실시해 당사자의 변화하는 욕구와 상황에 따라 계획을 조정하는 사례관리를 진행한다. 현재 센터는 자립 단계에 진입한 57명을 대상으로 사례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례관리를 통해 개개인의 일상을 관찰하며 적재적소에 개입해 필요한 자원을 연계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적 지원이 이루어진다. 담당자는 당사자와 꾸준히 소통하며 가사활동, 식생활, 재정관리, 건강관리, 은행‧관공서 방문 등 당사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지원한다. 지원 핵심은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적절히 개입하는 것이다.
나아가 일자리 연계, 자조모임 운영, 문화여가 생활 및 편의시설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당사자가 이웃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하고 생활 영역을 넓혀가도록 이끈다. 혼자 생활할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까지 자립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는 곳을 선택하는 차원을 넘어, 장애인 당사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삶 설계 지원(Life Design Supportive)’이 바로 센터의 중심 역할이다.
지역사회 기반 통합지원 시스템 구축
거주시설 협력 활성화로 자립 성과 ↑
장애인의 자립과 지역사회 통합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역량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정재원 센터장은 당사자뿐 아니라 이들의 가족과 사회복지 종사자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사자 자주성과 가족의 인식 변화, 종사자 전문성 향상, 삼박자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센터는 장애인 당사자, 당사자 부모, 장애인복지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각각 맞춤형 역량 강화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개별 장애인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에 자립지원 생태계를 만드는 것 또한 센터의 주요 업무다. 센터는 지역 내 관계 기관과 협력 및 네트워크 구축, 인식개선 사업, 자립 관련 조사‧연구 등 다층적 접근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장애인 자립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광역형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사업으로 인천 전역의 지자체, 공공기관, 복지기관 등과 협업해 자립에 필요한 지역사회 자원을 당사자와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지원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인천시 ‘자립지원 네트워크’ 사업은 민관이 협력해 시설 거주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각 군·구별로 네트워크가 구성‧운영되고 있다. 사업에는 시군구와 주거전환지원센터, 장애인거주시설‧복지관‧자립생활센터 등 지역 내 다양한 장애인복지시설이 참여한다.
그중에서도 부평구의 성과가 특히 이목을 끈다. ‘2025년 부평구 장애인 자립지원 성과 사례집’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인천에서 자립한 거주시설 장애인 53명 중 부평구 장애인 거주시설 출신은 28명으로 53%에 달했다. 그중 11명은 센터가 운영하는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11명 중 9명은 단기자립생활주택에서 체험 과정을 거쳐 자립했다. 부평구는 인천에서 거주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단순히 시설 분포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라는 것이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센터는 은광원‧광명원‧예림원 등 부평구 거주시설의 우수한 접근성에 더해 각 기관의 자립 지향적 철학과 종사자들의 의지를 성과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정재원 센터장은 “부평구의 사례처럼, 거주시설의 인력과 노하우 등 장점을 활용해 자립지원 시스템으로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이번 부평구 성과 사례집을 다른 기관에 전달하며 자립지원 네트워크 활동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관계’로 완성하는 자립, 커뮤니티 공간 ‘수다’
장애‧비장애 자연스레 어울리며 인식 변화
건강하고 행복한 자립생활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바로 이웃과의 ‘관계’다. 센터에서 일하는 양한영 사회복지사는 “자립 초기 3~6개월까지는 새롭고 좋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체기를 겪는 입주자들이 많다.”며 “직장도 다니고 복지관 프로그램도 다니지만 심심하고 외롭다고 호소하는 분도 있다. 독립 전에는 누군가 챙겨줬는데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부담감도 크다.”고 설명했다. 자립 준비 과정에서도 ‘외로움’을 이유로 자립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공감터 수다’는 바로 이런 자립 장애인들이 지역 주민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마련된 국내 1호 커뮤니티 공간이다. 센터는 지난해 7월 중구 신흥동에 있는 지원주택 건물 1층에 ‘공감터 수다’를 오픈했다. ‘수다’는 약 12평(38.5㎡) 규모의 카페 배리어프리 공간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른과 아이 등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이웃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쉼터와 다과를 제공하고, 낮 활동 지원이나 장애인식 개선 교육은 물론, 취미활동,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열린다.
현재 수다는 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잇는 매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다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 이웃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3년 전 장애인 지원주택 입주가 시작됐을 때, “옆집에 장애인이 산다는데 문제 생기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고, 조금이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탄원서를 쓰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수다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이 건물에는 신혼 주택이 함께 있어 수다를 찾는 어린이들이 특히 많다. 그렇게 장애인 입주자들과 아이들은 수다에서 만나 서로 인사하고 교류하며 자연스레 친해지게 됐다. “한 입주자는 매번 아이들 준다고 냉장고에 과자를 쟁여놔요. 우리(사회복지사)한테는 ‘선생님들은 손대지 말라’고 할 정도예요.(웃음)”
처음에는 장애인을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편견을 갖던 부모들도 장애인들과 마주하고 함께 일상을 공유하면서 인식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공감터 수다는 주민들이 ‘다름’을 넘어 ‘함께 사는 이웃’으로 만나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진정한 지역사회 통합은 일상에서 자연스레 어울리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원주택부터 공감터 수다까지, 센터는 이같이 장애인도 지역사회 안에서 공생할 수 있는 인천형 자립지원 모델을 구축하며 자립으로 향하는 길을 더욱 탄탄히 닦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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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형 자립지원 모델이 세계적 본보기 되도록”
정재원/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 센터장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를 이끄는 정재원 센터장은 올해로 37년 차 베테랑 사회복지사다. 정 센터장은 국내에서 최초로 지원주택 모델을 도입하고 거주시설 ‘폐쇄’가 아닌 ‘폐지’를 경험하는 등 장애인 복지 현장의 일선에서 활동해 왔다.
그는 “폐쇄는 행정적 징계를 받고 없어지는 것이지만, 폐지는 사업장의 목적을 완수했기 때문에 더 나은 것으로 변환하는 것”이라고 차이를 설명하며 시설의 역할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거주시설의 본래 목적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인데, 그동안 이런 역할을 못 했던 이유는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가서 갈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 현재, 거주시설의 자원을 자립지원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정 센터장은 설명했다. 각 장애인복지시설의 장점을 살려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는 특히 거주시설 종사자의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나가도 지원 인력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나의 인력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새롭게 시작하는 것보다 기존의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현명하죠.”
또한, 정 센터장은 국내 1호로 쉼터 형태의 커뮤니티 공간 ‘공감터 수다’를 기획하기도 했다. 수다는 우리나라 전통 사랑방이나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 누구든지 편안하게 드나들며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웃 간에 함께 공간을 공유하고, 시간을 보내고, 만남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릴 때 차이로 인한 벽이 허물어집니다.”
곧 정년 퇴직을 앞둔 그는 남은 시간에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뚜렷한 포부를 밝혔다. 센터장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사회복지사로서 인천의 자립지원 모델을 완성하는 데 모든 역량과 경험을 쏟겠다는 다짐이다. “늘 ‘왜 모든 사업이 서울 중심인가?’ 의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인천의 자립지원 시스템이 전국적 모델이 되고, 더 나아가 세계 모델이 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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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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